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은 원재료 운송비 증가로 이어지면서 석유류 가격을 비롯해 수입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조치를 통해 국내 물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의도로 읽힌다.
정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중동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동향 점검 및 대응 방향의 일환으로 유류세 인하를 공식화했다.
정부는 4월말로 예정된 유류세 인하 조치를 6월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. 인하율은 휘발유 25%, 경유·액화석유가스(LPG) 37% 등이다. 이와 함께 경유·압축천연가스(CNG) 유가 연동 보조금을 추가 연장한다는 방침이다.
정부의 이번 조치는 민생 부담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행보로 볼 수 있다. 중동 정세가 불안한 만큼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에 유류세 감세 카드를 통해 가계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.
◆유가 130불·환율 1400원 상승 전망에 감세 효과 미지수
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국제 유가와 원·달러 환율이 향후 치솟을 수 있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은 한국 경제의 큰 불안 요소다. 유가와 환율 상승이 예상치를 뛰어넘어 정부의 감세 조치에 대한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.
지난 12일(현지시각)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(WTI) 가격은 전일 대비 0.64센트 오른 85.6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. WTI는 지난해 12월8일 68.61달러를 기록한 뒤 뚜렷한 상승세다.
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5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보다 0.71센트 오른 배럴당 90.45달러, 두바이유는 90.22달러 수준이다.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올 들어 하락세를 멈추고 우상향하고 있다.
증권가에선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 이후 제5차 중동전쟁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미 배럴당 90달러 안팎의 국제 유가가 올해 120~130달러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.
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(1375.4원)보다 6.6원 오른 1382.0원에 출발한 원·달러 환율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국 연방준비제도(Fed)의 금리 인하가 늦춰질 수 있어 1400원대로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.
◆감세 정책으로 세수확보 난항…탄소중립과 정책적 상충
일각에선 정부의 유류세 인하 결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. 유류세 인하가 2021년 이후 9번째 재연장에 돌입하면서 세수 감소가 현실화된 만큼 재정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.
지난해 국가채무는 전년대비 59조원 늘어난 1126조원 수준으로 2022년 1000조원을 넘어선 뒤 1년 만에 1100조원의 벽도 깨졌다. 지난해 국내총생산(GDP)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.4%로 지난해 대비 1.0% 포인트(p) 상승했다.
재정건전성도 걱정이다.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 50조3000억원 흑자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87조원 적자를 보였다. 연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-3.9%대로 재정준칙의 마지노선을 넘었다는 분석이다.
지속적인 감세 정책으로 인해 세수 확보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출은 늘어나면서 나랏빚이 경제 규모의 절반을 넘어선 상황이다.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10여년 후 국가채무는 나라 경제 규모보다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.
또 정부가 2050 탄소 중립을 목표로 전기와 화석에너지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등 세제 개편을 본격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는 정책적으로 상충되는 행보이자 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면피용 대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.
정부 관계자는 "국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유류세 인하를 연장해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"며 "이명박 정부에서 실시했던 유가 환급금을 고려해볼 수도 있지만 지급 대상이 전 국민인데다 재원 마련도 부담스럽고 물가 인상을 자극할 수 있어 도입하기 쉽지 않을 것"이라고 전했다.
뉴시스
2026.03.06 15:49











